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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세계 사이에서
모든 것의 경계에 서서 살아가는 듯한 날이 있다. 한국인과 호주인 사이. 회사원과 작가 사이. 독립적인 개인과 가족의 구성원 사이. 어느 한 정체성에 온전히 기대는 것이 과연 가능한지, 아니면 두 역할을 똑같이 잘 해내야 하는지 생각한다. 양쪽에 비슷한 에너지를 쏟으려다 보면 자주 지치고, 때로는 완전히 소진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 수는 없다고 말한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는 것에 시간과 에너지를 조금 더 쓸 수 있는 삶을 바라게 된다. 특히 해야 할 일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많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날에는, 그것이 몇 주씩 계속될 때에는 생각이 점점 아래로 가라앉는다. 화가 나기도 하고, 우울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그저 길을 잃은 기분이 든다. 잠시나마 이 모든 것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생각한다.

글쓰기가 내게 주는 것
그래도 모든 것이 경험이라는 믿음을 붙잡으려 한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나누는 대화, 스쳐 가는 공기와 빛과 풍경. 이 모든 것은 언젠가 내 글의 일부가 된다. 내가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 계속 살아간다.
하지만 모든 것의 무게가 너무 버겁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글쓰기로 향한다. 현실을 조금이라도 선명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혼자서 이상적인 무언가를 좇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고난만으로 위대한 작가가 되는 굶주린 예술가의 낭만적인 이미지를 믿지 않는다. 누군가에게는 그것이 진실일 수 있지만, 나는 아니다. 내게는 편안한 집이 필요하다. 가족과 함께 여행하고, 가끔은 작은 사치를 누리는 삶도 필요하다. 나를 지탱하는 것은 응원과 다정함, 그리고 기본적인 경제적 안정감이다.
내 창의성은 절박함 속에서 피어나지 않는다. 안전함 속에서 자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