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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쓰고 있는 소설은 자기 발견에 관한 이야기다. 처음부터 그렇게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주제 대부분은 살아오며 품어온 생각들에서 나왔다. 이야기의 최초 불씨는 10년 전에 꾼 꿈이었다.
초기 원고 중 일부는 그 꿈에 가까웠고, 분위기도 지금보다 훨씬 환상적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야기는 달라졌다. 세계관과 스토리 바이블은 스스로 생명력을 얻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러시아 문어 공주와 말하는 텔레비전, 어딘가에 갇힌 자아가 등장하는 꿈이 어떻게 평범하지만 무척 섬세한 가족의 딸이 일생일대의 여정을 떠나는 이야기로 변했는지 나도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 하지만 이야기는 스스로 움직였다.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가능할 때마다 나는 그저 인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 한다. 요즘 내가 하는 일은 그것뿐이다. 대부분의 인물은 이미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내게 또렷하게 말한다. 자기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만나지 못한 인물이 한 명 있다.
한동안은 이름조차 지어줄 수 없었다. 다른 인물들의 이름은 쉽게 떠올랐다. 당연하고 정확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이 인물은 달랐다. 아무것도 없었다. 목소리도, 얼굴도 없었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하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내지 않는 인물로 설계했다. 하지만 그를 찾아내는 일까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다른 인물들의 이름은 몇 분 만에 정했지만, 이 인물은 사흘을 고민한 끝에 간신히 이름을 붙였다. 카시엘 네더슨(Casiel Nethersen).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방금 성을 ‘Neathersen’이라고 잘못 썼다. 아직도 그 이름이 손에 완전히 익지 않았다.
한동안 스토리 바이블에서 그는 그저 ‘C로 시작하는 뭔가’였다. 그를 언급할 때마다 이름을 확인하려고 위로 스크롤해야 했다. ‘C로 시작하는 뭔가’는 결국 카시엘이 되었지만, 거의 한 달이 지난 지금도 나는 ‘Nethersen’을 자꾸 틀린다.
나는 글을 쓰기 전에 모든 세부 사항을 미리 짜놓는 사람이 아니다. 전체적인 흐름과 감정선을 알게 되면 일단 쓰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종종 길게 뻗어 나가고, 이리저리 헤매고, 나를 놀라게 한다. 그래도 결국에는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온다. 그래서 아직 카시엘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 그래도 쓸 수 있다. 내게는 에이더가 있다. 지금은 그녀의 이야기가 중심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그녀도 카시엘을 만나야 한다. 모든 인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데 나는 아직 카시엘이 그 안에 어떻게 들어맞는지 보지 못했다.
이 소설을 쓰는 과정은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이제야 사람들이 “인물들이 말을 건다”고 할 때 무슨 뜻인지 정말 알 것 같다. 실제로 그렇다. 에이더도, 그녀의 아버지도, 가장 친한 친구도 내게 말을 건다. 일하는 도중에도, 타운홀 미팅 중에도, 점심시간에 걸을 때도, 잠들기 직전에도. 정해진 시간은 없다. 목소리는 갑자기 찾아온다. 그리고 그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에 나타나도 내 업무를 방해하지는 않는다. 나는 그 이야기들을 저녁까지 붙잡아 둔다. 나의 다락방에 앉아 글을 쓸 때까지. 나는 연구원과 작가 사이에 걸친 이 삶을 좋아해 본 적은 없지만, 이제는 두 세계를 함께 지니는 법을 배웠다. 내 인물들도 그것을 이해하는 것 같다. 그들은 마치 이렇게 말하듯 조용히 다가온다. ‘바쁜 거 알아. 그래도 나에 대해 이것 하나만 알려줄게. 나중에 기억해줘.’ 그러면 나는 기억한다. 고마워, 얘들아.
어떤 인물은 큰 소리로 말한다. 한 인물은 언제나 “비밀 하나 알려줄게”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말하는 것보다 글로 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인물도 있다. 특히 에이더의 어머니가 그렇다. 그녀의 이야기는 고요한 저녁에 펼쳐진다. 내 손가락이 춤추면 그녀가 속삭인다.
카시엘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 시간을 존중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가끔 그의 문을 두드리고, 말할 준비가 되었는지 확인하는 것뿐이다. 그가 말과 침묵 중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 모른다. 자신을 얼마나 드러내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그와 에이더가 어떻게 만나게 될지도 아직 모른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고 믿는다. 내게 있는 유일한 원칙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계속 귀를 기울이는 한, 언젠가는 그가 입을 열 것이다.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면? 글쎄…… 어쩌면 그것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에이더와 카시엘이 끝내 만나지 않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