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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하는 일을 계속하더라도 저녁에는 글을 쓰며 나 자신을 작가로 정의하고 싶다. 그리고 하나의 의식을 통해 그 정체성을 맞이하고 싶다. 지금의 나는 아직 스스로 전환점을 만들지 못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중간에 머물러 있는 기분이다.
결혼식이라는 아주 전형적이고 누구나 인정하는 의식을 치른 뒤에도 변화를 실감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렸다. 결혼 후 가족을 적는 칸에 ‘어머니, 아버지, 나’라고 쓴 어느 날, 그제야 무언가가 마음속에 자리 잡았다. 그것도 또 하나의 조용한 전환점이었다. 의식은 시작을 표시할 수 있지만, 받아들이는 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때로는 무언가를 온전히 품기 전에 먼저 이름을 붙여야 한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영향을 받을 때가 있다. 특히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의 말이면 더욱 그렇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을 ‘그까짓것’으로 축소하거나 대수롭지 않은 듯한 말을 덧붙이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남는다.
어떤 길을 선택하든 조건 없이 지지해 주는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가까운 사람보다 친하지 않거나 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더 많은 응원을 받아왔다. 인생은 나름의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의식이 필요한지도 모른다. 의식은 나 자신과 약속하는 방법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나는 쓰겠다는 조용한 선언이다. 동시에 경고이기도 하다. 이제 나는 이 의식을 통해 작가가 되었으니, 다정한 말을 할 수 없다면 적어도 침묵을 선택하라는 경고.
진심으로, 더 많은 사람이 판단보다 침묵을 선택했으면 한다. 사람마다 자신이 생각하는 좋은 삶의 모습이 다른데 자신의 기준만이 모두에게 적용되는 정답이라고 고집하는 사람들을 나는 이해하지 못한다.
결국 다른 사람이 무엇을 생각하고 말하는지는 통제할 수 없다. 하지만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어떤 말을 삼킬지는 선택할 수 있다.
나는 쓴다. 지금도 쓰고 있다. 적어도 나만큼은 그런 나 자신을 응원해야 한다.

